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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밤쿤

2세물.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써 보았네요 결혼한 밤쿤입니다. 내용 딱히 없음~~

짧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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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의 단잠을 깨운 것은 거실에서 들려오는 작은 인기척이었다. 빛이 들어오는 주방과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지금이 아침임을 알려주었다. 쿤이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집에 아이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버릇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10살 혹은 더 어려보이는 아이들 둘이 쿤에게 딱 달라붙어 자고 있었다. 쿤은 자신과 밤을 반반씩 닮은 볼가들에게 입을 맞춰주곤 살금거리며 방을 나섰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길게 내려온 갈색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은 남자였다. 그는 아침을 만드는지 허리엔 앞치마를 두르고 한 손엔 프라이팬을 잡고 있었다. 남자를 보던 푸른 눈동자가 다정하게 휘어졌다. 쿤은 아침마다 열중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음식솜씨가 좋았고 정성 또한 고마웠다. 가끔은 시켜먹거나 사 먹어도 될 법한데도 그는 꿋꿋이 요리를 해줬다. 사실 결혼 초까지만 해도 쿤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이 꽤나 어색했었다. 쿤은 10가문의 자제인 만큼 전문가가 요리해 준 것만을 먹고 자랐다. 당연하게도 사랑하는 누군가가 보수도 없이 음식을 만들어준 다는 것은 쿤에게 있어 굉장히 낯선 일이었다. 하얀 발걸음이 주방에 붙잡혀 있는 커다란 등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는 아직 쿤이 깬 걸 모르는 지 한쪽 손을 허리에 두고 프라이팬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쿤이 그에게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등을 끌어안으며 낮게 이름을 불렀다.

. 잘 잤어?”

, 미안해요. 지금 굽는 걸 보느라. 아이들은요?”

쿤의 인사에 멈칫한 밤이 고개를 돌려 푸른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남편의 키스를 기분 좋게 받은 쿤이 대답했다.

아직 꿈나라지. 뭐해?”

날이니만큼 핫케이크를 구워줄까 하고요. 매년 노력하는 못생긴 쿠키의 답례를 해야죠.”

낮게 웃으며 대답한 밤이 허리를 짚던 손가락을 펴서 구석에 가리켰다. 귀여운 무늬가 가득한 접시 안에 제각각의 쿠키들이 놓여 있었다. 어제 쿤과 아이들이 산타에게 주자며 직접 만든 것들이었다. 걔 중에서 유독 못생긴 쿠키만 사라져 있는 것을 본 쿤이 밤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가장 못생긴 건 쿤의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키득거리며 장난을 치다가 웃음소리가 커지자마자 순식간에 숨소리를 죽였다. 사랑스러운 말썽쟁이들이 일어나면 아침 준비가 고됐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아직 아침의 고요함을 만끽하고 싶었다. 아이가 생긴 건 축복이었지만 조그마한 천사들을 키우느라 둘 만의 시간은커녕 개인적인 시간도 갖기 힘들었다. 거기에 일도 하고 있으니 장난을 치는 것도 신혼 때를 제외하곤 거의 없었다. 밤이 시선을 내리자 제 배를 감싼 하얀 손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여서일까, 밤은 왠지 평소보다 설레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쿤과 사귄 지 얼마 안됐을 때도 이유 없이 기대감에 부풀 때가 종종 있었다. 밤의 마음을 대변해주듯 프라이팬에 놓인 핫케이크 반죽에서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쿤에게 양해를 구해 팔을 풀게 한 밤이 팬의 손잡이를 잡고 한 번 위로 던졌다. 깔끔하게 뒤집어 지는 모양에 푸른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밤은 호수를 가득 담은 눈동자가 완연한 원을 그리는 걸 즐겁게 보다가 쿤에게 말을 걸었다.

어제 늦게까지 일하셔서 많이 피곤할 텐데 앉아있어요.”

됐어. 같이 하면 빨리 끝나잖아. 뭐 해야할 건 있어?”

쿤이 밤에게서 벗어나 접시를 꺼내려하자 금빛 눈동자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더니 작은 심부름을 부탁했다.

“..음 그럼 미안한데 냉장고에 생크림이랑, 찬장에 있는 설탕 좀 꺼내 와 주시겠어요?”

생크림도 넣게?”

케이크처럼 만들어볼까 하고요. 휘핑기는 여기 있으니까 안 찾으셔도 돼요.”

주방도구들에 시선을 두던 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쿤은 찬장에서 설탕을 내려놓은 뒤, 포장되어 있는 딸기와 생크림을 꺼내서 발로 문을 닫았다. 쿤이 부탁한 재료를 가지고 다가오는 사이 밤은 마지막으로 구운 핫케이크들을 오븐 팬 위에 진열하고 있었다. 방금 보던 게 끝이었는지 팬 위에는 네 개가 더 놓여 있었다. 밤이 옆에 뒀던 딸기의 꼭지를 따며 씻은 뒤 반으로 자르며 말했다.

이제 핫케이크를 식히면서 휘핑하고 다 식으면 핫케이크에다가 생크림을 발라서 쌓을거에요.”

케이크처럼?”

네 그리고 마지막엔 딸기를 올리고 초코시럽으로 꾸며주려구요.”

엄청 좋아하겠네.”

산타가 이 정도는 해 줘야죠.”

밤이 딸기를 자르다 말고 생크림을 계량컵에 부었다. 뒤이어 설탕을 작은 한 스푼 정도 넣고는 휘핑기를 쿤에게 내밀었다. 쿤이 웃으며 물었다.

괜찮겠어? 엉망으로 만들지도 모르는데?”

늘 제가 하던대로만 하시면 되요. 이렇게 작게 원을 그리시면서..”

밤이 휘핑기를 쥔 쿤의 손을 잡고 계량기 속에 집어넣었다. 위잉거리는 소리와 함께 살살 흔들며 요령을 알려주자 쿤이 곧잘 따라했다. 밤이 보기에 쿤은 만드는 데 별다른 재능이 없긴 했지만, 정확해야하는 것들은 금방 익히는 타입이었다. 아까보다 능숙하게 돌리는 걸 흐뭇하게 바라보던 밤이 손가락으로 어느 정도까지 올라오면 끄라는 말과 함께 다시 딸기로 시선을 돌렸다. 쿤은 배운 대로 묵묵히 휘핑기를 돌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4분의 1정도 밖에 안 돼던 양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이 정도면 됐으려나. 밤이 말해줬던 높이에서 멈춘 쿤이 휘핑기를 끄고 물었다.

이 정도면 돼?”

잠시만요.”

핫케이크의 상태를 보던 밤이 고개를 돌렸다. 쿤이 자신의 첫 생크림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쿤이 휘핑기를 끄고 자랑스럽게 계량컵을 내밀자 밤이 잠시 하얀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휘핑크림을 주의 깊게 바라봤다. . 하는 소리까지 내며 보는 것이 어째 무언가 걸리는 듯 했다. 밤이 실리콘 주걱을 꺼내더니 쿤을 불렀다.

쿤씨.”

? !”

또 뭘 잘못했나? 자신이 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생크림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쿤은 목에 차가운 감촉이 들고서야 속았단 걸 깨달았다. 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에 무심코 만져보니 자신이 만든 생크림이 묻어 있었다. 밤이 주걱으로 생크림을 뜨고는 쿤의 목에 바른 것이었다. 푸른 눈동자가 엄하게 배우자를 불렀다.

바암. ..!”

밤은 한바탕 설교를 하려던 목을 살짝 깨물다가 그대로 핥아 올렸다. 입안에 달달한 맛이 가득 들어왔다. 오랜만에 맛본 살결은 밤의 욕구를 당겨주고 있었다. 밤이 더 달라는 듯 부드럽게 빨자 하얀 목이 움츠려졌다. 쿤이 낮게 신음을 뱉으며 머리를 밀었다. 오랜만에 들어오는 체향에 핫케이크보단 쿤의 몸에 생크림을 바르고 싶어졌지만 욕망대로 했다간 혼이 날 것을 알기에 진도를 나가진 않았다. 밤이 목에 입술을 댄 채로 대답했다.

정말 잘 만드셨네요. 적당히 달아요.”

너 정말 결혼하더니 자꾸!”

쿤이 책망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밤은 변명을 둘러댔다.

쿤씨가 예뻐서 그래요. 다 당신 때문이야. 그렇게 반짝거리면서 보면 하고 싶어진다구요.”

밤이 들고있던 주걱을 아무렇게나 팽개쳐두고 쿤이 간지럼 타는 부분을 진득하게 핥았다. 유독 약한 목 옆 부분부터 귀밑까지. 손은 옆구리를 공략하기 위해 티셔츠 속으로 들어갔고 입술은 노골적으로 쪽쪽거리고 있었다. 또 멋대로 구는 밤의 행동에 쿤이 웃음을 참으며 밀어냈다.

하지마 간지러워.. 애들 깨니까 그만해

쿤이 웃으면서 밤의 등을 살살 때렸다. 목에서 퍼지는 웃음소리는 청량하기 그지없었다. 담백하게 거절하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몸은 미세한 열기를 띄고 있었다. 이럴 때는 조금만 더 애원하면 들어줬었다. 밤은 오늘따라 쿤이랑 함께 있고 싶었다. 아직 이르니깐 한 번은 해도 되지 않을까. 밤이 쿤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욕망으로 탁해진 금안이 쿤에게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쿤이 대답하기 위해 입술을 떼자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뚱한 표정으로 두 남자를 바라봤다. 밤과 쿤이 당황으로 몸이 굳자 남자아이가 말했다.

선생님이 음식가지고 장난치면 안된다고 했는데..”

맞아! 우리 배고픈데 아빠들은 뽀뽀만하고...어젯밤에 산타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했는데 안된다고 한 것도 꾹 참았는데...”

,그게 아니라...아침을 만들려는 거였어요.”

밤이 애써 수습을 해보려 했지만 아이들은 이미 신뢰를 잃은 표정이었다. 삐죽거리기 시작한 입술은 귀여웠지만 이 작고 가벼운 요정들은 자기네가 속상할 때면 쿤의 형제들에게 말해버렸기에 쿤은 필사적으로 기분을 풀어줘야 했다. 행여 파란변태놈이 아는 날에는 천 년 놀림감이었다. 쿤이 오늘은 핫케이크를 먹을거라며 아이들을 달래봤지만 샐쭉해진 눈동자를 피게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저녁에 있을 선물 개봉식을 점심으로 앞당기고 나서야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느 평범한 크리스마스 날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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