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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탑/밤쿤

[밤쿤] 안경 요정

S_Nanak01 2018. 9. 15. 22:23

신의탑 전력 60분.

주제 : 안경.

아가밤과 보호자(?)쿤

애기 말투를 위한 의도적 오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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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은 어이없는 상황에 팔짱을 꼈다. 자기 전까지만 해도 탁자에 두었던 안경이 어디론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시력이 나쁜 건 아니었으나 일을 할 때는 예외였다. 오늘이 주말이라지만 급히 보내야 할 메일이 있었고 메일을 보내기 위해선 안경이 필요했다. 쿤이 한 번 더 탁자 주변을 훑었다. 탁자 위는 물론이고 아래와 옆, 혹여 자는 사이에 빠졌을까봐 침대아래까지 샅샅이 뒤졌다. 쿤의 노력에 답을 해주면 좋으련만 급히 다운 받은 손전등 앱은 텅 빈 공간을 비출 뿐이었다. 쿤은 자신의 수색이 실패로 돌아간 것에 대해 난감한 한숨을 쉬었다. 방 안의 온갖 곳이란 곳은 다 뒤져봤고 남은 것은 베개뿐이었다. 베개에 물건을 두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보류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작은 가능성에 모든 걸 걸어야 할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쿤이 베개를 들춰냈다. 혹시나 하고 미간에 주름까지 지며 주의 깊게 바라봤지만 보이는 거라곤 하얀 천과 색종이를 자른 듯한 종이조각 하나뿐이었다. 베개를 든 어깨가 허탈함으로 내려갔다. 무언갈 잃어버린 적 없던 자신이 처음으로 물건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쿤은 머리를 헝클이며 종이조각을 집었다. 들어있길 바란 안경은 없고 쓰레긴지 뭔지 알 수 없는 조각만 나온 것에 짜증이 났다. 쿤은 버릴 생각으로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곧바로 쓰레기통에 직행하지 않고 굳이 확인한 이유는 궁금해서라기 보단 완벽주의에서 나온 습관이었다. 비록 종이의 테두리가 심각하게 삐뚤빼뚤하고 글씨 역시 자신 게 아니었지만 말이다. 글씨와 그림은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을 배려한 건지 아니면 필기도구가 두껍기 때문인지 종이크기에 비해 사이즈가 매우 컸다. 앞면인 노란색엔 빨간 글씨로 천원이라 쓰여 있었고, 뒷면인 하얀색엔 검은 글씨로 놀기라고 써져있었다. 거기에 놀기라고만 써놓은 건 상당히 허해보였는지 왼쪽 부분엔 꽃이, 오른쪽 부분엔 푸른 머리 남자와 작은 아이로 보이는 그림이 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종이를 보던 쿤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며칠 전, 아이에게 읽어준 이빨 요정이란 동화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빨을 주면 돈을 주고 사라진다는 재테크스러운 이야기에 아이는 어째선지 감명 깊게 들었었다. 회상을 마지막으로 쿤은 안경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쿤은 큰 목소리로 범인의 이름을 불렀다.

 

~!”

네에!”

이리 와 볼래?”

 

타다닥하는 발소리와 함께 사랑스러운 곱슬머리가 재빠르게 쿤의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햇살을 닮아 반짝이는 눈동자가 기대에 찬 눈동자로 쿤을 바라보고 있었다. 쿤이 종이를 들고는 밤에게 말을 질문을 던졌다.

 

. 이게 뭐야?”

안경 요정이에요!”

그게 뭔데?”

안경을 주면 형아가 조아하는 걸 조여!”

흐음? 그래? 요정님 글씨랑 네 글씨랑 너무 똑같은데 네가 쓴 거 아니야?”

아니야! 요정님이 쓴 거에여!”

정말?”

 

아이가 우물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몽글거리기 시작하는 눈동자는 본인이 범인임을 자수하고 있었지만 아이는 꿋꿋했다. 쿤은 점점 드러나는 아이의 거짓말에 웃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필사적으로 삼켰다. 틈을 보이면 아이는 애교로 무마하거나 나중에 계속 같은 수를 쓰기 때문이었다. 쿤은 아이의 행동이 이해가 갔기에 오죽 그랬을까 싶었지만 그냥 모르는 척 해주기엔 훈육 받아야 할 부분이 있었다. 순순히 말하지 않는다 이거지. 쿤이 부드럽게 미소를 짓더니 말을 건넸다.

 

그렇구나. 그럼 요정님께 감사하며 오늘은 밤이랑 놀아야겠네?”

 

쿤의 말에 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별처럼 빛나는 금안을 본 푸른 눈동자가 휘어지며 미끼를 던졌다.

 

그런데 형은 안경이 없으면 앞을 잘 못 봐서...오늘은 밤이 좋아하는 햄버그를 해주려고 했는데 안경이 없어서 만들 수가 없을 거 같아. 그러니까 오늘은 냉장고에 있는 당근으로 스프를 만들어서 먹자?”

 

아이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도록도록 굴러갔다. 아이는 웬만한 음식은 다 잘 먹었지만 유독 당근을 싫어했다. 아이는 제 옷자락을 꼬물거리더니 속삭이듯 말을 꺼냈다.

 

안경 차자오면..햄버그 머거도 대요?”

안경은 요정님이 가져갔다며?”

“...그랬는데

.”

네에..”

요정님이 쓴 거 아니지? 밤이 쓴 거지?”

“...”

.”

“...그치마안..안경이 이쓰면..형아랑 못 놀자나여...”

. 형이 거짓말해도 된다고 했어? 안된다고 했어?”

“...안댄다고 햇서여..”

그럼 이건 잘못한 행동이야? 아니야?”

잘못 한 거에여..”

 

또박또박 대답한 눈동자에 눈물이 고여 갔다. 아이가 훌쩍이기 시작하자 쿤이 아까보단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계속 놀아주지 못한 건 미안해. 하지만 그렇다고 말도 없이 안경을 가지고 가면 안돼잖아. ?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는 건 도둑질이라고 했지? 나쁜 일을 하면 경찰아저씨가 잡아갈 텐데 그럼 나랑 헤어져야 하잖아. 밤은 형이랑 헤어지고 싶어?”

 

아이가 제 소매에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보다 커진 훌쩍임에 쿤이 아이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 쥐며 말을 건넸다.

 

나도 밤이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다음부터 그러면 안돼? 오늘은 밤이가 백 셀 동안만 일하면 되니까. 일 끝나면 형이랑 맛있는 거 먹고 재미있게 놀자?”

정말?”

정말.”

정말 백 다 세면 형아랑 놀수잇서요?”

그럼

햄버그 머거도 대요?”

그래. 그러니까 뚝 하고. 어서 안경 주세요.”

 

안경을 달라는 말에 아이가 천천히 품에서 벗어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쿤이 귀로 아이의 행적을 쫓았다. 도다다거리는 작은 발소리의 끝은 아이의 방이었다. 아무래도 자기 방에다가 숨긴 모양이었다. 안경을 꺼내는지 조용하던 발자국은 얼마안가 쿤을 향해 달려왔다. 작은 두 손에 타원형의 물건을 가지고 온 아이가 쿤에게 작게 사과했다.

 

제송해요...”

괜찮아.”

 

쿤이 웃으며 안경을 썼다. 맑아진 시야로 아이의 얼굴이 명확히 보였다. 새가 둥지를 튼 것 같이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카락과 통통하게 살이 오른 얼굴은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다. 쿤이 아이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꿀처럼 흘러내리는 눈동자는 조금 빨개져있었다. 아무래도 아까 혼난 것이 많이 서러웠던 모양이었다. 쿤이 사과의 의미로 아이의 머리를 헝클었다. 오늘은 작은 요정님을 위해서라도 일을 빨리 끝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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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재밌게 쓰려고 했는데.....망햇네요...늘 그렇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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