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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탑 전력 60분
주제 : 차이
오늘은 진짜 6시 땡!!해서 글썻네요~~ 쪼끔 길지도 모름니다
별 내용없음. 걍 취향갈려서 싸우는 밤쿠니와 괜한 소리했다가 새우등 터질뻔한 자왕난.
이번글은 묘사보단 대화가 많아서 읽기 쉬울겁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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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의 숙소에 도착한 이수가 착잡한 표정으로 자왕난을 바라봤다. 마주친 레몬빛의 눈동자는 이수의 표정을 예상했는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미안. 무음으로 건넨 한 마디에 이수는 한숨을 쉬었다. 갑작스런 자왕난의 초대에 흔쾌히 왔더니 거실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냉랭했다. 이수가 차가운 신수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의 끝에는 거실의 소파에 두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평소라면 딱 달라붙어 있어야할 두 사람이 오늘은 처음 본 사이마냥 떨어져있었다. 이수는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하듯 시선을 좌우로 굴렸다. 오른쪽 끝에는 무표정하게 TV를 보는 밤이, 왼쪽 끝에서 서늘한 표정으로 등대를 두드리는 쿤이 있었다. 왁자지껄한 TV소리 외에 한 마디도 안하는 두 사람은 노골적으로 서로를 없는 취급 하고 있었다. 쿤이 얼음의 창을 쓰지 않았음에도 올라오는 냉기에 이수가 숨을 삼켰다. 다행이라 해야 할 지 아니라고 해야 할 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이라고 같은 소파에 앉아 있긴 했다. 덕분에 동료들은 모두 방에 박혀있지만 말이다. 두 사람을 본 이수가 이번엔 자왕난을 바라봤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조용히 제 방으로 안내했다.
***
시작은 어제저녁, 밤이 식사를 준비하면서였다. 오랜만에 갈치조림을 하기위해 생선을 꺼내던 밤은 자왕난에게서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응? 갈치조림하게?”
“네. 싫으세요?”
“어..나는 괜찮지만 쿤은 비린내 나는 거 엄청 싫어하잖아. 전에 매운탕 하는 집 데려갔다가 비린내 난다고 나 째려 보드라. 하하. 난 안 났는데.”
자왕난은 난감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초밥은 먹는다기에 매운탕도 먹을 줄 알았더니 한 입 먹고 노려보던 쿤의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등대에서 단도를 꺼내 제 심장을 꿰뚫을 것 같았던 분위기에 자왕난은 작게 떨었다. 밤은 자왕난의 떨림은 보이질 않았는지 이상하다는 듯 말을 건넸다.
“...하지만 저랑 있을 땐 드시던데요.”
“엥? 그래? 괜찮았나? 아님 너에게 맞춰준 걸 수도?”
“...”
“비올레?”
“맞춰주다니요?”
“몰랐어? 쿤은 거의 너에게 맞춰주잖아. 가만 보면 너희 음식취향 완전 다르더라? 너랑 있을 때 먹는 거랑 나랑 있을 때 먹는 거랑 완전 달라.”
자왕난의 마지막 말에 밤은 재료를 꺼내다 말고 쿤의 방으로 갔다. 평소보다 경직된 등은 처음 만났을 당시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들었다. 밤의 등을 본 자왕난은 자신이 실수를 했단 것을 느꼈지만 무엇을 잘 못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이 느낀 대로 말을 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자왕난이 안절부절해 하며 쫓아가는 사이 밤은 쿤의 방문을 열었고 정중하게 말을 걸었다.
“쿤씨.”
“밤? 무슨 일이야?”
“매운탕 못 드세요?”
“못 먹는 건 아니고 선호하지 않는 거지.”
“왜 저에게 말을 안했어요?”
“응? 그야 네가 좋아하니까 그렇지.”
“저는 쿤씨가 잘 드시길래 좋아하시는 줄 알았어요.”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못 먹는 거 아니라니까? 그냥 잘 안먹는 거야. 별거 아니잖아.”
“별거 아니라니요. 만약 제가 쿤씨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는 음식을 먹으라고 하면 드실거예요?”
“무슨...하아. 왜 말이 그렇게 돼? 너 오늘 이상하다?”
“이상하다뇨? 이상하건 쿤씨죠. 연인은 전데 왜 저보다 왕난씨가 쿤씨의 취향을 더 잘 아는거예요? 이건 너무 하잖아요. 절 사랑하긴 하시는 거예요?”
“사랑하지 않았으면 사귈 리도 없잖아. 왜 당연한 거 가지고 자꾸 그래? 그리고 정말 별 거 아니라서 말을 안 한 것뿐이야. 먹고 이상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안 좋아할 뿐이야. 굳이 숨긴 건 네가 좋아하니까 그런 거라고 말했잖아. 아주 못 먹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싫어하시잖아요. 이런 건 말해줬어야죠. 쿤씨가 표현하지 않으면 제가 어떻게 알아요! 가끔 쿤씨가 말도 안하고 답답하게 굴 때 가장 힘든 거 알아요?”
“어떻게 서로 할 말 다 하면서 살아? 서로 완벽하게 맞출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너야 말로 내가 뭘 말해도 결국 네 고집대로 가 버리잖아. 그럼 내가 뭘 말해. 말해봐야 소용이 없는데.”
“제가 언제 고집을 부렸다고 그래요!?”
“고집을 부린 적이 없다고? 라헬부터 시작해볼까?”
“그땐 어쩔 수 없었잖아요!”
“어쩔 수 없긴 뭐가 어쩔 수 없어!! 넌 늘 그런 식이잖아!! 뒷일은 생각도 안하고!! 고집만 부리고!! 네가 재능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거지 아니었으면 동료들은 이미 모두 죽고 없었어!! 알아??”
“그러는 당신이야 말로!! 뭐만 하면 빠진다 안한다 안된다!! 내가 늘 끌어줘야 하고!!! 나랑 탑을 오를 생각은 있긴 했던 거예요?”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의도치 않게 싸움의 불씨가 된 자왕난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려보려고 했지만 차갑게 얼어가는 신수와 뒤틀려지는 공간에 아무 말도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만으론 무리일 것 같았다. 자왕난은 다른 동료들을 데리고 와 두 사람을 어떡해서든 말려보려고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축객령 뿐 이었다. 방에서 내 쫓길 때까지만 해도 동료들은 두 사람이 싸우는 날도 있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동료들은 눈알로 자진모리장단을 추는 자왕난에게 친구끼리도 싸우는 데 뭐 어떠냐며 내일이면 화해할 테니 걱정 말라고 어깨를 툭 치고는 각자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생각보다 별 거 아니라는 반응에 자왕난도 어쩌면 내일 아침이면 모두 해결되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새벽이 지나도록 둘은 시끄러웠지만 자왕난은 애써 잠을 청했다. 자신이 지금 가봐야 다시 쫓겨날 뿐이고 할 수 있는 건 잠에 드는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피어오르는 불안을 애써 희망으로 바꾸고 겨운 잠든 다음날. 여전히 냉랭한 상태인 둘에 자왕난은 결국 두 사람을 가장 오랫동안 봐온 이수에게 연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혹여 모든 걸 말하면 이수가 안 올까봐 적당히 거짓말을 치면서까지 말이다. 자왕난의 자초지종을 들은 이수가 이마를 짚었다. 확실히 미리 이야기를 다 들었으면 절대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둘 다 서로에게 져 줘서 그렇지 강한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터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두 사람이 많이 참기는 했다. 이수가 팔짱을 꼈다. 서로의 말대로 밤은 너무 자기 고집대로만 행동하고 쿤은 너무 수용적으로 행동했다. 둘 다 극단적이라 서로가 절 맞았던 거지만 관계라는 건 점차 변화하는 것이니 어쩌면 때가 된 걸지도 모른다. 우선 가장 먼저 변해야할 사람은. 이수가 제 주먹으로 입가를 가리며 헛기침을 했다. 레몬빛의 눈동자가 희망으로 가득 차는 걸 보고는 이수가 멋쩍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뭐..일단 중재자가 필요할 거 같으니깐 해보긴 하겠는데..쿤부터 불러줄래?”
***
“뭐야 이수. 나와 밤의 일이라면 끼어들지 말아줘.”
“하하..쿤 끼어든다기 보단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언제까지고 밤하고 싸울 생각은 아니잖아 안 그래?”
한 겨울처럼 차갑던 방의 온도가 점차 따스하게 변해갔다. 쿤은 이수의 말이 타당하다고 느꼈는지 아까보단 가라앉은 눈동자로 제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수는 말없이 쿤을 바라봤다. 아마 그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리라. 초침이 세 바퀴를 돌았을 때 쿤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네 말이 맞아. 밤하고 계속 이런 관계가 되고 싶은건 아닌데, 나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난 그저 밤이 그 음식을 먹을 때마다 행복해하길래 말을 안 한 것뿐이야. 밤이 좋으면 나도 좋아. 먹기 싫은 음식쯤이야 참을 수 있고 안 그래?”
“그렇지만 쿤. 싫은 음식을 언제까지고 참을 순 없잖아. 그런 마음을 가지는 건 좋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그건 사랑 한 다기 보단 모시는 거에 가까워 보여. 마치 주인과 하인의 관계처럼.”
이수의 말에 쿤의 눈동자가 조금 굳어갔다. 자신의 행동이 사랑에서 조금 어긋났다는 사실을 잘 몰랐던 모양이었다. 쿤이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눈빛에 이수가 다시금 말을 시작했다.
“음..나도 연애를 해 본적이 없어서 큰 도움을 줄 순 없지만 적어도 연애는 평등한 관계에서 시작하잖아. 근데 네가 하는 것은 마치..신과 신도 같다고. 차라리 우리에게 하듯 자연스럽게 호불호를 말해주는 게 밤에게 더 좋지 않을까?”
“그러다 밤이 나한테 질리면 어떡해? 누가 틱틱거리는 애인을 좋아하겠어?”
“쿤..생각해봐. 너랑 밤이랑 함께 산 게 몇 년인데 밤이 정말 너의 그런 면을 모를 것 같아? 아니깐 화를 내는 거잖아..만약 너의 순종적인 면만 보고 사귀었다면 이렇게 화를 내지도 않았을 거라고. 그리고 싫은 만큼 좋은 것도 많이 표현해주면 밤도 좋아하지 않을까? 너 밤에게 너의 어떤 면이 좋아 라던가 뭘 해올 때마다 칭찬 해준 적은 있어? 사랑한다는 말은?”
“...”
이수의 말에 쿤이 침묵을 지켰다. 확실히 사귀긴 했지만 밤이 먼저 고백을 하고 자신은 받아주기만 했었다. 밤이 어떤 일을 해줬을 때도 내심 당연하게 여겼고 기념일 때도 생일 때도 비싸고 화려한 선물만 줬을 뿐 사랑한다라거나 너의 어떤 면이 좋다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사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밤이라면 당연히 알아 줄 줄 알았으니까. 쿤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
“...이번 건 정말 내가 많이 잘못했네. 사과해야겠어. 이번 기회에 밤이랑 이것저것 이야기 좀 해야 할 것 같아. 폐를 끼쳤네. 미안하다.”
“그러게. 너희가 얼마나 냉랭했으면 자왕난이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쳐가면서 나를 불렀겠어. 아, 혹시 힘들면 내가 따로 밤에게 말이라도 건네 볼까?”
“아니. 괜찮아. 내 선에서 해결할게. 네가 뭘 말하고 싶은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확실히 알았으니까.”
“그래.”
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보다 한결 편해진 얼굴이 해결방안을 찾은 모양이었다. 나아진 쿤의 표정에 이수와 자왕난은 한 숨을 쉬었다. 적어도 이제 눈치 보는 일은 없겠구나. 하면서.
***
자왕난은 거실 천장을 바라봤다. 밝게 빛나는 전등을 보다 눈이 시려짐을 느끼자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내렸다. 낮아진 시야에는 숟가락과 밥그릇이 있었지만 지금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쿤씨가 좋아하는 걸로 준비했어요. 어때요? 이제까진 제가 좋아하는 것만 먹었잖아요. 이것도 먹어봐요.”
“...이거 정말 맛있는데? 누구 애인이길래 이렇게 요리도 잘해?”
“쿤씨 애인이여서요.”
밤의 말에 쿤의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달을 그리는 입꼬리와 함께 하얀 손가락이 가까이 있던 그릇 쪽으로 움직였다. 빨갛게 익은 갈치조림을 밤의 밥그릇 위에 올려주며 쿤이 말을 건넸다.
“이것도 먹어봐 내가 오늘 사 온 건데 여기 평이 좋더라. 자, 아-”
이윽고 아. 하는 소리와 함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누가 보면 단란하고 행복한 커플이었으나 함께 있는 동료들은 지금 식사를 하는 건지 풀때기를 씹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자왕난이 옆을 쳐다보니 라크는 욕을 하듯 밥을 먹고 있었고 이화는 짜게 식은 얼굴이었다. 다른 동료들 역시 해탈의 경지에 오른 표정으로 밥을 먹고 있었고 늘 포커페이스였던 화련마저 짜증스럽게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밤과 쿤은 동료들의 시선 따윈 아무래도 좋은지 서로를 먹여주며 좋아하고 있었다. 전과는 다른 의미로 끔찍해져버린 상황에 자왕난이 다시금 천장을 바라보며 입으로 뱉지 못할 말을 속으로 씹었다.
저 커퀴벌레들 가구 모서리에 새끼발가락이나 찍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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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함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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