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탑/밤쿤

[밤쿤] 거짓말

S_Nanak01 2018. 4. 1. 21:34

만우절 기념 쿤른전력!!

쿤른 전력이 나와서 기쁘네요 ㅠㅠ

행복하게 썻습니다만 넘 오랫동안 글을 안써서 ㅋㅋㅋㅋ....

쿤른 전력 계속 나와줫슴 조켓서요 엉엉ㅇ엉...

 

 

***

이화는 묘한 기류를 읽었다. 한쪽은 챙겨주려 하고 한쪽은 받던 구조가 어느새 부터인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수저를 비추던 눈동자가 다시 두 사람의 모습을 담았다. 챙김 받던 사람은 자신을 챙겨주던 사람에게 반찬을 올려주고 있었다.

 

쿤씨. 이것도 드셔보세요. 오늘 새로 만들어본 건데 어떠세요?”

맛있네.”

더 드세요 쿤씨. 어제도 많이 안 드셨잖아요.”

“...밤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너도 밥 먹어. 아직 많이 안 먹었잖아.”

쿤씨 먹는거 다 보고요.”

“...”

 

멋쩍게 웃은 쿤이 밤이 올려준 반찬을 입에 집어넣었다. 얼굴은 평안하기 그지없었지만 꽤 오랫동안 동료였던 이화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화가 알아챌 수 있을 만큼 그는 심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총명하게 빛나던 눈동자는 난감함으로 물들여 있었고 단정하던 젓가락질은 엉망이었다. 그는 하진성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강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만약 쿤 아게로 아그니스가 하진성급의 남자와 식사를 한다면 저런 모습을 볼 수 있겠으나 지금은 동료들밖에 없었다. 봄을 담은 눈동자가 두 번을 더 깜빡였다.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한 행동이었다. 궁금함을 해소하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눈동자는 쿤의 맞은편에 앉은 밤에게로 안착했다. 쿤이 무언가 동요를 일으키면 가장 빠르게 알던 그는 오늘따라 뇌구조 어딘가가 파업을 하는지 쿤의 동요를 알지 못한 채 웃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쿤의 난감함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화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받는 사람은 불편한데 주는 사람은 즐거워 보이는 이 기묘한 관계를 보니 아무래도 저들이 모르는 사이에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의 상반된 분위기를 읽은 건 이화뿐만이 아니었는지 오늘따라 다들 조용했다. 이화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이 핑크빛이 도는 것 같은 낯선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화가 자리를 일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밤과 쿤을 제외한 모든 동료들이 빠르게 식사를 마쳤다. 이화가 방에 들어갔을 때는 쿤이 드물게 동료들을 붙잡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도 불편한 곳에 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

 

 

밤이 설거지를 하러 주방으로 사라지면서 쿤은 겨우 자유의 몸이 되었다. 물을 틀어 그릇을 씻는 소리에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쿤은 밤에게 피하기 위해서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후우. 문에 등을 기댄 쿤은 한숨을 쉬었다. 밤에게서 벗어난 안도이기도 했고 앞으로의 걱정이 담긴 한숨이기도 했다. 쿤이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씹었다. 밤의 행동이 갑자기 변한 것은 어제 저녁 돌연 저에게 고백하면서 부터였다. 친구가 아닌 사람으로서 좋아한다고 성적으로 원한다고 했다. 밤이 고백을 했을 때 쿤의 머릿속은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들어본 적 없는 마리아의 비명소리가 쿤의 귓가에서 들려왔다. 쿤은 머릿속에서 울리는 비명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좋지 않은 거라는 것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어떡해서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쿤이 빠른 걸음으로 의자에 다가갔다. 조용히 의자를 뺀 쿤이 정돈된 책상위에 등대를 가시화 시켰다. 밤이 던져준 문제는 자신의 머리로는 해결할 수 없었기에 등대의, 다른 경험자의 도움이 필수였다. 의자에 앉은 쿤이 이제 막 검색을 하려던 때였다. 노크소리가 들리며 반갑지 않은 손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쿤씨, 간식 들고 왔는데, 문 좀 열어주실래요?”

“....방금 밥 먹어서 괜찮아.”

아까 거의 드시지도 않으셨잖아요. 반 넘게 남기셨으면서...그냥 가져다 드릴게요. 뒀다가 배고플 때 드세요. 어라? 문이 잠겼네? 쿤씨 왜 잠그셨어요?”

“...뭐 그냥

, 혹시 제 목소리를 들으시면서..”

 

밤의 말을 이해한 쿤은 경악하면서 빠르게 문을 열었다. 거칠게 열린 문에선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밤이 웃고 있었다. 장난기가 가득한 눈동자에 어이가 없어진 쿤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밤은 쿤과 문틈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죽어도 들어오겠다는 저돌적인 모습에 쿤이 다시금 한숨을 쉬었다.

 

..정말 뭐하는 거야..”

대답 못 들었어요.”

어제 말했잖아?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취향이 아니야 밤. 나는 너를 친구로 생각하는데 네가 이렇게 밀고 나오면 난감해져. 네 마음은 알겠지만 이러지 말자.”

 

밤이 문을 잠갔다. 쿤은 철컥이는 소리에 내심 놀랬지만 시선은 벽지에서 고정한 채였다. 밤에게 동요를 보이면 안됐다. 그는 건수만 있으면 밀어붙이는 데는 선수였으니까. 방금도 이렇게 밀고 들어오지 않았는가. 이번엔 그가 오해하지 않도록 완강한 거부를 보여야만 했다. 쿤의 거부의사를 바라보던 밤이 입을 열었다.

 

쿤씨는 정말 저를 좋아하지 않으세요?”

그래.”

그럼

“...”

왜 제 눈을 보고 거절하지 않으세요?”

..?”

제 눈을 보고 절 싫어한다고 해봐요 쿤씨. 저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이에요. 그냥 친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해보세요. 그럼 깔끔하게 포기할게요.”

 

혼란으로 물들여진 푸른 눈동자가 빠르게 돌아갔다. 머릿속에선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와 눈을 맞추고 거절하고 있었지만 몸은 주인의 의사를 거부하고 있었다. 쿤은 명령을 거부하는 제 눈동자를 강제로 올렸다. 따스하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가 쿤을 응시하고 있었다.

 

, 나는..”

 

유창하게 언어를 뱉던 입술이 고장 난 기계처럼 버벅거리고 있었다.

 

너를..”

 

쿤의 시선을 옭아매던 금빛이 천천히 다가왔다. 쿤이 인식을 하지 못 한 사이 입술에서 부드러운 느낌이 닿았다 떨어지더니 아까보다 깊이 들어왔다. 맞닿은 입술에 몸에서 열기가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뜨거워지는 기분에 쿤은 밤의 셔츠에 매달렸다. 추위로 죽어가던 몸이 따뜻한 온기를 맞아 살아남기 위해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밤이 쿤을 천천히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그가 놀래서 도망가지 않도록. 그가 정신을 차려도 도망갈 수 없도록. 물고기를 교묘하게 몰아서 잡아먹는 범고래처럼. 밤의 의도대로 쿤은 침대에 넘어지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쿤은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주문을 걸 듯 쿤에게 말을 건넸다.

 

그 다음은요?”

 

밤의 말에 열기에서 몸부림치던 쿤이 매달리듯 대답했다.

 

친구로..”

너무 뜨거워

,우린... 친구니까.”

어떻게 좀 해줘

 

밤이 다시금 입을 맞췄다. 쿤은 밤이 제 옷을 벗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