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탑/밤쿤

[올레쿤] 멍청한 남자와 소년

S_Nanak01 2018. 3. 24. 22:18

신의탑 전력 60분

주제 : 광고

마피아보스 올레와 고딩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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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 아게로 아그니스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딱히 특별할 것도 없었다. 단지 가던 길에 놓인 광고판에서 고등학생 이상의 알바를 구한다는 것을 봤을 뿐이며, 마침 가장 친한 누이인 마리아의 생일이 가까워졌다는 것과 다른 곳에 비해 높은 월급을 준다는 것으로 시작한 단순한 변덕이었다. 광고에 걸렸던 가게는 면접을 보러온 사람이 적었는지 바로 쿤을 고용했다. 가게는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곳으로, 여러 가지 종류의 음식과 음료와 디저트들을 파는 곳이었다. 쿤은 가게에서 주는 유니폼을 입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애초에 머리가 좋았던 쿤에게 테이블의 번호나 메뉴판을 외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손님을 받을 때 는 버벅거렸지만 그 나이 대에 처음 알바를 하는 사람치고는 야무지다는 칭찬을 들으며 그럭저럭 적응했다. 다른 학생들이 봤다면 알바 운이 좋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을 테지만 그것도 일주일을 채 가지 못했다. 매일같이 가게를 찾는 손님 중에 뒷세계에 있어야 할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분위기가 술렁거렸다. 길게 묶은 갈색머리와 도자기처럼 고운 피부. 그리고 별처럼 빛나는 금안이 어우러진 조각 같은 남자가 가게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가게를 자주 찾는 손님들이라면 대부분 저 남자를 알고 있었다. 워낙 미모가 화려한 데다,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제일 비싼 디저트를 먹고 갔기에 모를래야 모를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빛나는 그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들은 많았지만 너무 아름다우면 멀어 보인다고 했던가. 그의 묘한 분위기에 바라만 볼 뿐 아무도 다가오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푸른 머리의 알바생이 다가왔다. 그 역시 가게에선 꽤 유명했다. 아직 앳된 티가 났지만, 누가 봐도 귀하게 자랐다고 생각될 정도로 고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많은 여성들은 그 두 사람이 마주칠 때마다 미소를 지었다. 아름다운 것이 함께 있는 것만큼 힐링을 주는 것은 없었으니까. 다만 푸른 머리카락의 알바생은 이 훤칠한 손님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다른 손님이 오면 작게나마 미소를 짓던 그가 남자를 맞이할 때만은 뚱해졌으니 말이다. 푸른 머리의 알바생. 쿤 아게로 아그니스는 한숨을 쉬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애써 입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한 분이신가요?”

. 저 쪽에 앉아도 돼죠?”

 

쿤은 입술을 씹으려는 것을 참기위해 노력해야 했다. 마피아 주제에 뻔뻔한 얼굴로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오는 것부터가 어이없는데 앉으려는 곳은 예약석이었다. 가게주인도 아닌 주제에 본인 지정석을 만드는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쿤이 당장 나가라는 말을 어렵게 삼키며 입을 열었다.

 

손님..거기는 예약석이라..”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오셨네요? 예 암요 단골인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자자, 앉으세요. 앉으세요.”

 

쿤의 입가가 경련이 일어나건 말건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던 사장은 활짝 핀 얼굴로 예약석의 팻말을 치웠다. 알바생은 잘 모르는 듯 싶었지만 매일 가게에 오는 갈색머리의 단골손님은 이 가게의 건물주였다. 정확히는 이번 달부터 새로 온 건물주였다. 보통 건물주와 상인의 관계는 껄끄럽거나 사무적이기 그지없었으나,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인간미와 배려가 넘쳤다. 자리가 좋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임대료를 요구하던 전 건물주와는 달리 그는 가게의 사정에 맞게 가격을 낮춘 데다 가게가 잘 굴러가도록 이러저러한 도움을 줬다. 덕분에 처음엔 삐딱한 시선이었던 사장도 점차 마음을 열고는 매일 그를 기쁘게 맞이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다른 직원들도 남자의 다정한 성격을 좋아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수 없듯, 이상하게도 새로운 알바생 만큼은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남자도 그걸 아는지 유독 어린 알바생에게 마음을 쏟았는데 매몰차다 싶을 정도로 냉정한 태도에도 그는 부드럽게 받아줬다. 사장은 그의 따스한 인성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춘기의 아이란 부모도 다루기 까다로운 것을. 세상에 저런 사람만 있다면 비행청소년은 진작에 없어졌을 텐데. 사장은 속으로 감탄과 푸념이 섞인 한숨을 쉬었다. 한편, 사장의 동경어린 시선을 느낀 쿤은 입맛이 썼다. 17. 어리다면 어린 나이지만 쿤의 눈에는 사장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손바닥 보듯 훤히 보였다. 그의 미모와 기계 같은 매너에 반한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의 친구들도 그랬으니 말이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을 하나 둘 앗아갔다. 차라리 앗아가기만 한다면 모르겠으나 사장은 사이가 좋아지기라도 바라는 건지 굳이 그의 서빙을 저에게 맡겼다. 곧 있으면 그에게 서빙을 받아오라고 시킬 것이고 남자는 이도저도 못하는 저에게 장난을 칠 게 분명했다. 다가올 짜증스런 시간에 쿤이 저도 모르게 머리를 잡아당기는데, 사장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아, 쿤씨. 시간도 끝나가고 하니까 먼저 저녁 먹어요.”

,

, 손님께서 괜찮으시다면 같이 합석을 요구해도 될까요? 곧 보내야 하는데 자리가 없어서..”

..,”

 

쿤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쿤은 사장이란 작자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저녁이 다 끝나가는 시간이라 비어있는 곳은 꽤 많았다. 쿤이 당황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은 갈색머리카락을 본 순간, 남자가 입을 열었다.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럼 주방장에게 먹을 것 좀 달라고 할 테니까요~ 쿤씨는 여기 앉아있어요!”

“...”

 

사장은 쿤의 벙찐 표정은 안 보이는지 흐뭇하게 주방으로 향했다. 사실 남는 자리는 많았지만 굳이 남자의 자리에 앉힌 이유는 밥을 함께 먹으면 자연스럽게 친밀도가 오를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쿤의 무언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제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에 취한 채 두 사람의 시야 속에서 사라졌다. 쿤은 일만 저지르고 홀로 신나게 가 버린 사장을 노려보다 곧 그와 합석을 해야 한 다는 것에 난감해졌다. 차라리 내일 숙제가 있으니 오늘은 그냥 돌아가겠다고 할까. 쿤이 도망치는 쪽으로 생각을 기울일 때, 남자가 말을 건네 왔다.

 

일하느라 다리도 많이 아프셨을 텐데, 어서 앉으세요. 쿤씨.”

 

다정하게 웃은 남자가 책상을 가볍게 쳤다. 손가락으로부터 나오는 톡톡거리는 소리에 몸을 흠칫거리던 쿤은 야수와 마주하는 것처럼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의 거부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가 수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사장님은 참 좋으신 분 같아요. 학생에게도 알바자리를 주고. 이렇게 관계개선에 신경도 써주시고..”

“..오지랖이 넓은 거지.”

너무 그러지 말아요. 만약 제가 쿤씨 나이 대에 저런 분을 만났다면 아마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거예요.”

“...”

제가 살던 곳은 너무 척박한 곳이었거든요. 제 가족은커녕 저도 먹고 살기 힘들었어요. 그러다보니 도둑질을 하게 되고 안 좋은 곳으로 흘러가게 되고..정신을 차리고 보니 알던 얼굴들은 대부분 약에 취해있거나 죽어서 없고..”

“...그렇다고

“...?”

네 행동이 정당화 되는 건 아니야.”

 

네가 가여운 삶을 살았다고 해도, 그래서 이렇게 되었다고 해도, 너랑 만나고 싶지 않아, 쿤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삼킨 채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두려움으로 쿵쾅거리는 심장은 고개를 들지 말라고 하고 있었다. 점점 굳어지는 고개에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내가 왜 당신을 좋아하는지 알아요?”

“...”

당신은 정말 현명하고 다정한 사람이거든요. 감정에 휘둘리는 불나방들이랑은 다르게 꼭 해야 할 말은 하는 게 당신이죠. 사람들은 말이에요. 제가 뭘 하는지를 알면 두 가지로 나뉘어요. 비굴해지거나 꼬리를 흔들거나. 당신은 저를 무서워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주잖아요. 그래서 좋아요. 남들은 제 힘과 배경을 볼 때. 쿤씨는 저를 그냥 멍청한 선택을 한 남자로 보니까요.”

 

그가 다시금 즐거운 웃음을 흘렸다. 두려움으로 떨리던 심장이 이번엔 다른 의미로 뛰고 있었다. 쿤은 음식이 나왔단 소리를 들을 때까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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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슬슬 이 시리즈에 공식 제목을 붙여야하는게 아닐까란...

마피아물 왤케 제 마음의 고향같죠 ㅋㅋㅋㅋ;

그것보다 저는 제목을 붙이는 거에 센스가 없는 것 같습니다...따흑..